화재발생 > 익명게시판

연령대가 높은 회사이다보니 복날은 회식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회사업무가 마무리가 안되서(냉각 시켜야 할게 있었다) 누군가 회사에 남아야했고...어차피 난 술을 안마시기에 자진해서 내가 남겠다고 했다

그리고 형님 한분이랑 둘이 남게 됐다

10시쯤 됐나...냉각완료되서 마무리하고 퇴근하려는데 밖에서 펑~하는 폭발음이 났다

잽싸게 119를 누르고 신고를 했다

회사주소 화재상태를 설명했다

다친사람없냐고 묻는데...문뜩 예전 뉴스가 생각났다

여름철에 더워서 차량에 에어컨 켜놓고 잠들다가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는 뉴스가...

차는 이미 본네트까지 불타고 있었기에...차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볼까요..라고 물었더니 위험하다고 소방차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더라

일단 회사에 소화기를 들고와서 뿌려봤는데 차량 내부에서 불이 붙은거라 꺼지질 않았다

이놈에 오지랖이 또 발동했다

만약 차량에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싶어서 문을 열어보려고 다가갔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다가가는데 3미터(?)정도 다가갔는데 열기가 얼굴을 덮쳐서 작업복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가갔다

문앞에 다가섰을때...갑자기 눈물이 났다

차 문을 열었는데 사람이 죽어있으면 어쩌지...불타고 있으면 어쩌지...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냥 모른척할까...싶었다

정말 그땐 뭐 생각을 했는지 울면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다행히...정말 다행히도 문이 잠겨있었다

(그상황에선 다행이란 생각밖에 안났다)

울회사로 달려가서 소화전을 열고 소방호스 연결하고 펌프를 가동했다

이제 막 물을 뿌리고 있는데 소방차가 도착했고 우리보고 피하라고 했다

소방차가 도착할때쯤 차량 주인도 나타났다

정말 안도에 한숨이 나왔다

(차안에는 사람이 없다는거니까)

소방차가 오니 불도 금방 꺼졌다

뭐 최초 신고자도 나였고...화재진압까지 했는데...이러다 훌륭한 시민상 받는거 아닌가 싶어서 내심 기대를 했다 ㅋ

그런데...소방관이 차량주인한테 뭐라뭐라하고 가버리더라 ㅡㅡ

더 웃긴건...소방차가 가고나서 삼십분쯤 지났을까...전화가 걸려왔는데...대뜸 내 이름을 묻고 주민번호를 묻더라

훌륭한 시민은 커녕 순식간에 방화범으로 오인을 받은거다..더러버서..참나

암튼 이놈에 오지랖은 늘 사서 고생을 한다

그날 집에가서 마눌님한테 혼났다

차량에 접근하다 얼굴이 화상을 입어서 벌겋게 됐고 손도 화끈거렸다

담부턴 그런일에 나서지 말라고 미눌님이 한마디 했다...역시나 마눌님은 언제나 현명하다

그놈에 훌륭한 시민상이 뭐라고...ㅡㅡ

미즈님들

집에 소화기 꼭 비치하세요

참고로 분말소화기보다 CO2(이산화탄소)소화기가 더 유용하답니다

분말소화기는 시험삼아 연습할수가 없어요

한번 누르면 걍 멈출때까지 다 분사되거든요

반면 CO2소화기는 작동하는 연습도 가능하고 손을 떼면 멈추니까 여러번 쓸수도 있거든요

주의점은 CO2가 저온상태라서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시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