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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관광 (예전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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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웃사이더 댓글 7건 조회 62,792회 작성일 19-01-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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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간편한 복장으로 아홉 시까지 롯데월드로 나오란다.

"왜? 어디 가는데?"
"묻지 말고 나와!"
"도둑질 하러가냐?, 말을 해야지 이넘아".
"싫어면 말어!, 서로 가려고 하는데. . . ."
"너나 같다와라 이넘아"
"그래? 후회할거다!"

녀석이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도대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내일은 장모님 생신이라고 열흘 전부터 마눌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둔 터였다.

밤새도록 고민을 거듭하다 친구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친구에게 일찍 전화하라는 문자 메세지도 보내놓고. . . .
장모님 생신 참석을 위해 머리를 감는지 샤워를 하는지
마눌은 목욕탕에 있었다.
마눌이 들리도록 큰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우리가 장지까지 가야된다구?"
"나는 못가, 오늘 장모님 생신이라 약속 해놨어"
"나 하구는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였는데 뭐"
"그래 그렇다면 안가 봐선 안되겠구나"
"아이고 어떻하니 그 선배 불쌍해서"

마눌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쓸데없이 지껄였다.
어릴 때 나를 귀여워해주었는데
어렵고 외롭게 살았는데
살만하니까
어쩌구저쩌구 주절 주절. . . . .

있지도 않고 죽지도 않은 선배를 재물 삼아 마눌을 속이고
롯데월드로 랄. . .라. . .룰. . .루. . .루 . . .휘바람. . .

우리 일행은 여섯 명이였다.

"파트너 신상에 관해서 일체 묻지마라, 묻지마 관광의
기본룰이고 에치켇이다".

녀석의 주의사항을 듣고있는데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남녀 열 두어 명이 쌍쌍으로 앉아 술판을 벌리고있었다.
휙 둘러보니 남녀 모두가 우리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양로원 행사에 우리가 잘못 끼인거아냐?"
한 넘이 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롯데월드를 출발한 버스는 덕소에 도착했고 이윽고 예닐곱명의
할마니가 수줍게 웃으면서 버스에 올라탔고
이윽고 얼굴에 밀가루로 떡칠 을 한것 같은 리더로 보이는 여자가
우리 일행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남녀가 짝을 지어 앉도록 편성하여 앉혔다.

내 파트너가 된 여자는 일행 중엔 젊어보였지만 댓살많은 누님 같았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빨간 티샤스와 검정 바지를 입었는데
임신한 사람같이 아랫배가 불룩하고 걸음걸이가 뒤뚱거렸다.
허릿살이 굽이치면서 빨간티샤스사이로 넘치고 넘쳤다

예의상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였더니 수줍은 소녀처럼
허리를 꼬고 몸을 비틀었다.
술 냄새 풍기는걸 짐작하면 제법 멀리서 온것 같았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달착지근한게 여간 민망했다

어제 과음하여 숙취 때문에 술을 사양하였는데 자꾸만
권하여 마지못해 한 잔 받아 마셨다.
쥐포를 찢어 내입에 넣어주는 친절에 미소를 머금고 여자
를 바라보니 허걱 살짝 꼼보였다.
윗 입술과 눈 주위가 굵은 자국 이였는데 화장을 짙게하여
감추려고 애쓴 듯 하였다.
내입에 쥐포를 넣어주는 그녀의 손등을 보니 저승버섯이 뭉실뭉실 피여있었다

그녀는 축농증 환자인가, 코로 숨을 쉬지않고 입으로 숨을 쉬어
입김이 내 목들미를 스칠 때는 노릿한 냄새가 싸구려 향수와
섞여서 풍기는데 환장할 노릇 이였다.
고문 같은 시간이 흘러 가평 어느 유원지에 도착했다.

녀석을 화장실뒤 으슥한 곳으로 끌고가 불문곡직 뒤통수
를 쥐어박고 궁댕이를 수 없이 걷어찼다.

"경로당 할머니들 위문공연 왔니? 이넘아"
"우리를 육십대로 소개한 거냐?, 칠득이 같은넘아"
"사 십대로 보이는 뇨자는 한 사람도 없잖아!"
"서너어명 보이든데. . . . ."
"보이면 뭐해!, 먼저 탄넘이 꿰 차버렸는데. . . . "
"지난 번에는 젊고 쭉쭉빵빵 이였는데. . . ."
"주둥이 찢기 전에 닥치거라, 팔푼이 같은넘아"
"점심 먹고 가평 읍으로 튀자"
"너 점심 먹고 자동차 알아봐!"

점심 먹으면서 몇 순배가 돌고 놀이터 대형스피커 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막춤이 시작되었다.

내 파트너는 과음을 하였는지 과식을 하였는지 옆구리
바지에 붙어있는 호크를 풀어놓아 춤을 출때마다 바지가
벗겨져 속옷이 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몇몇은 대낮인데도 부등켜 안고 난리부르스가아니다

야~ 튀자
우리 6명은 속된말로 뒤도 돌아보지않고 조온나게 달렸다
막대기밑의 왕방울이 달그락거렸다

덤푸추럭 적재함에 쭈그리고 앉아 가평까지 나오는 동안
하얀 먼지를 듬뿍 뒤집어써서 콧구멍과 목안이 컬컬하였다.
바지와 신발에 흙이 잔뜩 묻어 마눌이 의심은 않겠다.

묻지마 관광이 이런 줄 알았다면 장모님 생신에 참석하여
점수나 따는 건데. . . . .

추천3

댓글목록

메이메이 작성일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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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아 작성일

그런 관광하는 뇨자들의 용기가 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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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내음 작성일

용기가 괘씸한거죠 ㅎㅎ
아웃님의 입장에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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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키 작성일

ㅋㅋㅋ

ㅋㅋㅋ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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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작성일

이곳 활성화를 위한 아웃님의 노력임
어험

좋아요 0
이유있는참견 작성일

ㅋㅋㅋㅋㅋ
탁월한 단어들이...곳곳에~ (배워보고 싶지만,,,쓸일없을듯 하여~ 웃고만 갑니다.)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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