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 선택'을 기선제압 기회로 뒤바꾼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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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022회 작성일 19-02-10 14:44본문
美 '베트남 선택'을 기선제압 기회로 뒤바꾼 北
오종탁 기자 입력 2019.02.10. 13:39 댓글 57개
지난해 9·9절 열병식 때 베트남에 서운함 내비쳤다는 분석도
(시사저널=오종탁 기자)
날짜와 나라에 이어 구체적인 도시까지 정해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수도 하노이로 확정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움직임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당초 베트남은 북한보다는 미국이 선호하는 회담 개최국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어진 개최 도시 선정 논의에서 '도시만큼은 하노이로 하고 싶다'는 뜻을 관철시키며 다낭을 민 미국의 양보를 받아냈다. 보름여 남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실무 협상이 벌어질 전망인 가운데 초반 기선제압을 한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월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한 영상을 편집한 25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노래 '우리의 국기' 공연 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도시가 베트남 하노이라고 발표했다. 하노이는 북한이 희망하던 곳이었다. ⓒ 연합뉴스
美 양보로 하노이가 다낭 대신 낙점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의 미국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일주일간의 서울·평양 일정을 마무리하고 2월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2월 6~8일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 '평양 담판'을 펼친 끝에 베트남 하노이를 회담 개최지로 합의했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가 방북 협의 결과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뒤 북한과의 앞선 협상 내용을 바탕으로 후속 협상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2월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과의 논의가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서는 '건설적'이라는 말도 썼다. 외교가에서 '생산적' '건설적'이란 표현은 물론 나쁜 분위기는 아니지만,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합의는 아직 없다는 반증이다. 정상회담 전까지 몇차례 진행될 실무협상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사실상 북·미가 현재까지 합의한 사항은 날짜, 장소밖에 없다. 그만큼 민감하고 치열한 양측의 대화 국면에서 개최 도시 선정은 중요한 사안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5일 국정연설을 통해 베트남에서 2월 27~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공식 발표할 때까지 주도권은 우선 미국으로 간 분위기였다.
베트남 고집할 이유 없었던 北, 협상 레버리지 마련
표면적으로 베트남은 북·미 모두와 수교를 맺고 있어 회담 개최지로 얼마든 거론할 수 있는 나라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미국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려 하는 시점에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회담 개최지가 베트남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1995년 종전 20년 만에 전격 수교했다. 당시 탈(脫)냉전 속에서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꾀했던 미국과 공산당 지배 체제·시장 경제를 융합한 '도이머이' 경제 개혁을 추진한 베트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현 시점의 미국 입장에선 북한과 국제사회 모두에 '북한도 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적합하다.
북한이 베트남 발전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곤 하나, 공식적인 롤모델은 중국이다. 하노이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 국부 호치민과 회담을 했던 곳이다. 애써 '같은 사회주의권'으로 상징성을 부여하기에도 다소 어색한 북한과 베트남이다. 그간 별다른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최근 베트남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 바 있다. 지난해 9월9일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 베트남전(戰) 참전 공군 종대를 깜짝 출연시켰다. 북한은 여태껏 베트남전 참전 사실을 비공개에 부쳤다. 공식적인 참전 선언 없이 이뤄진 파병이어서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싸웠던 전력을 하필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 최초로 홍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에 관해 '탈북자 출신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사회주의권에 '단결하자' '우리(북한)가 고난에 처하면 도와 달라'고 호소한 측면도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며 "가장 큰 의도는 베트남에 대한 섭섭함의 표시다. 북한이 베트남에 고위 대표단을 (9·9절 열병식 행사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베트남이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자칫 큰 명분이나 실익 없이 미국에 끌려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다낭 대신 하노이를 고집함으로써 향후 이어질 협상 국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미 CNN도 이번 장소 선택은 미국에 의한 '작은 양보'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국) 대사관 때문에 하노이를 선호했는데, 미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이미 충분한 점검을 마친 다낭을 선호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2년 전에 방문했던 해안 도시 다낭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으나 북한은 하노이 개최를 계속 밀어붙였다며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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