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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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앤온 댓글 15건 조회 1,136회 작성일 24-02-03 17:17본문
정아씨를 두 달 만에 만났다.
여전한 모습이다.
오븐에서 방금 꺼낸, 예쁘게 부풀어 오른 빵 같은 얼굴이다
50초반이지만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이유이다.
일주일 전에 만나기로 했는데, 왜 지금 왔냐는 정아씨의 질책도 건성으로 들은 이유는
그녀의 도톰한 얼굴에 내 관심이 집중돼서였다.
정아씨는 내 식습관과 평소 운동량에 관심이 있는지 질문을 많이 했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얼굴 근육을 관찰하며
소리가 나오는 구강 내부가 볼살의 두툼함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궁금했다
내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볼살을 잡아보고 싶었다
최대한 늘려보고 달라진 얼굴 형태의 그림을 그려보는 순간,
나를 빤히 쳐다보는 정아씨를 발견했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어리버리하게 대답을 했다.
기분 나쁜 듯 정아씨가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다시 나를 보고 말을 이어갔다.
보그체가 많이 섞인 대사였다.
주위 깊게 들어도 잘 이해 안 되는 말이었지만, 질문할 수 없었다.
뭘 질문할지도 몰라서였다.
아까의 감정 변화로 볼살에 미세한 홍조를 띤 그녀를
내 차가운 손으로 식혀주고 싶은 맘이 들었다.
안경을 고쳐잡은 정아씨가 사무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 다음 혈액 및 소변검사는 4월 25일 잡을 테니 최소 8시간 공복 후 나와주세요
그날 꼭 나와주셔야 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렇다
정아씨는 내과의원 신정아 원장님이시다.
안녕히 계세요~ 꾸벅 인사를 하고 정아씨..아니 신원장님을 쳐다보니 모니터 뒤로 얼굴을 숨겨서
마지막으로 보려 한 원장님의 볼살을 볼 수가 없었다.
1층에 내려와 약국에 들렀다.
40대 후반 남자 약사이다
전에는 몰랐는데, 앞에서는 멀쩡한 머리가 고개를 숙이니 가운데만 텅 비어있는 걸 발견했다.
아주 심하게 비어있는 게 그 부분만 집중해서 뽑아 만들어 논 형태 같았다.
움베르토 에코 원작의 영화 <장미의 이름>이란 영화가 있었다.
아름다운 제목과 달리 다소 잔인하고 음울한 작품이다.
중세 유럽의 수도원이 무대인데, 그 영화에서 나오는 수도사의 헤어스타일과 똑같았다
움베르토 에코 작가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오래전, <푸코의 진자>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각오는 하고 샀지만, 결국 읽다가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너무도 난해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 약국에서는 탈모약을 팔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봉투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수 많은 인파들이 지나다닌다.
하나같이 바쁜 모습이다.
의사선생, 약사선생, 환자인 나, 우리모두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하나의 이벤트를 완성했다
그 작은 최선이 모여 모여 역사는 진화하는 것이다
우리 셋은 역사의 1나노초 (10억분의 1초) 정도의 진화에 기여를 했을거라 믿는다
댓글목록
쩝...
연애 이야긴줄 알았는데...
정아씨 말씀 잘 들으세요 온앤온님
콜레스트레롤 약 처방 받으셨어요?
탄수화물 중독이라 저도 수치 높아요ㅜ
온 님이나 저는 멀칼 걱정은 그닥 없져?ㅋ
머리숱 없는 친구가
미녹실 바르고 먹기를 어언 몇년 째인데요
어머 진짜 나더라고요 눈에 띄게
많이 풍성해졌어요
기신에 나온 멀칼을 보호하느라
파마,염색 두가지중 한가지를 택해야는
기로에서 염색을 선택했다드만요
오메가3 처방해주던데요
당수치 떨어트리는 약이래요
정아씨가 탄수화물 수치 높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탄수화물 섭취를 어떻게 줄이는건지..
정아씨 볼살을 붙잡고 항의하고 싶을 정도였지요
세월엔 저의 풍성한 머리숱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어요
샤워할때마다 뭉텅뭉텅 빠지고 있답니다
근데, 먹는 미녹실도 있나봐여?
노을님 잘 계셨나요
스쳐지나가는 무심한 일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함이 배여있는 거 같아요
그 즐거움은 발견하는 사람만의 몫이겠지만요
노을님의 톱니바퀴같은 일상속에서 행복함과 소중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나날이 되길 바래요
애플씨 안뇨용^^
속았지용?
죄송합니다 애플님
담엔 찐한 연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럴러면 연애를 해야할텐데요..
애플님한테 도와달랄수도 없구...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그렇네요
신정아가 변실장에게 쓴 편지를 봤어요
변실장에게 똥아저씨라고 부르더군요
정말 글을 잘 쓰더군요
최고의 연서였어요
방금 꺼낸 빵같은 얼굴ㅋ
예쁘겠어요
단편소설같은 글입니다~~
온님이나 저나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톱니바퀴처럼 굴러 가고있겠죠?ㅎ
비 오는 주말 저녁 따뜻한 시간 보내시길요~~^^
노을님 잘 계셨나요
스쳐지나가는 무심한 일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흥미진진함이 배여있는 거 같아요
그 즐거움은 발견하는 사람만의 몫이겠지만요
노을님의 톱니바퀴같은 일상속에서 행복함과 소중함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나날이 되길 바래요
네 매일 똑같은 일상 같지만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어요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고 소중히 생각해야겠어요ㅎ
그럼요 그럼요
전 소중하다 라는 말이 참 좋아요
콜레스트레롤 약 처방 받으셨어요?
탄수화물 중독이라 저도 수치 높아요ㅜ
온 님이나 저는 멀칼 걱정은 그닥 없져?ㅋ
머리숱 없는 친구가
미녹실 바르고 먹기를 어언 몇년 째인데요
어머 진짜 나더라고요 눈에 띄게
많이 풍성해졌어요
기신에 나온 멀칼을 보호하느라
파마,염색 두가지중 한가지를 택해야는
기로에서 염색을 선택했다드만요
오메가3 처방해주던데요
당수치 떨어트리는 약이래요
정아씨가 탄수화물 수치 높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탄수화물 섭취를 어떻게 줄이는건지..
정아씨 볼살을 붙잡고 항의하고 싶을 정도였지요
세월엔 저의 풍성한 머리숱도 비켜가지 못하고 있어요
샤워할때마다 뭉텅뭉텅 빠지고 있답니다
근데, 먹는 미녹실도 있나봐여?
먹는약 이름도 같은지는 모르겠어요
동성제약거 먹는다네요ㅋ
미녹실 중단하믄 바로 머리빠진다네
홀몬제가 무선겨
밥은 굶어도 약은 굶으면 안되것네ㅋ
좋아요 1
나이들면 풍성한 머리는 멋진 스타일을
만드는 일등공신이예요
미녹실 포기할 수 없겠죠ㅋ
여자는 3% 남자는5%
아침 저녁으로 바른다는데
떡진 머리가 되서 아침엔 집콕 아니면
못 한다네
그래서 친구는 5%를 저녁에 한번 한댜
머리숱 많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얼굴에 찌거 바르기도 성가셔 죽갔는디ㅋ
쩝...
연애 이야긴줄 알았는데...
정아씨 말씀 잘 들으세요 온앤온님
애플씨 안뇨용^^
속았지용?
죄송합니다 애플님
담엔 찐한 연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럴러면 연애를 해야할텐데요..
애플님한테 도와달랄수도 없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