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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허 속을 부끄럽게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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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산 댓글 1건 조회 230회 작성일 24-11-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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ᆢ살고있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ᆢ경희대ㆍ경희 사이버대학교 교수 연구자 ᆢ


시국선언문 부분 발췌한 글이다.

명문이다. 격조속에 분노를 감춘다.

T S 엘리엇의 황무지를 연상시키는ᆢ


나는 이제 백골단에 쫏겨다니다 잡혀 닭장차를 탈

일도 없다.


나는 이제 불심검문 대비하여 대충 비슷한

고향친구 주민등록증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나는 이제 따갑고 눈물콧물 흐르는 최루탄

맞을 일도 없다.


나는 이제 곤봉에 얻어터져도 약국에 파스나

아까징끼 바를 일도 없다.


나는 이제 숨느라 친구들 집 전전하며 연탄에

양은냄비 라면 끓일 일도 없다.


나는 이제 라면에 소주를 먹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제 여친이 꼬불쳐 준 돈으로 도망다닐

일도 없다.


나는 이제 어머니가 잡혀가는 나를보고 우는

모습을 볼 일도 없다.


나는 이제 철제 접의자에 앉아서 불어라? 불어라?

불어라? 여기다 다 적어라 강요받을 일도 없다.


나는 이제 개패듯 패고 달래려는 짭새가 주는 담배를

피울 일도 없다.


나는 이제 돌팔매 던질일도 파스와 안티푸라민 바를

일도 없다.


전진이다.

구국의 강철대오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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