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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보신 적이 있으시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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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농막맨 댓글 8건 조회 2,107회 작성일 21-07-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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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모 블로그에 열무 김치를 만들어서 딸에게 보낸 내용의 글에

대구에서 사시는 한 분 께서 주신 댓글이네유~

마치 한편의 수필 같아서..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았어유~~

아직도 그 감동이 남아 있네유..



살림하는 일이 바로 종합예술입니다.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고

하루 세 번 자주 차려야 하는 식탁이니 소홀하기 쉬운데

금방 또 그 소홀함이 눈에 띈다는 게 바로 힘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 열무김치 작품 박수를 보냅니다.

시도 자체에 박수, 실패한 김치를 시간이 치료해 주어서 또 박수,

딸에게 조금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선 가장 힘차게 박수를 드립니다.


저는 늘 결과보다는 과정, 과정보다는 그 시도,

또 그 시도 이전의 결심

그 마음을 보고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은 손뼉을 너무 많이 쳐서 손바닥이 얼얼합니다.

이 물김치 한 스푼 먹으면 즉각 나을 것 같기도 한데...... ^^~~


열무김치 하니 제 어린 시절이 생각나 그때 일기 하나 올려 둡니다.


열무김치


잘 익은 열무김치를 앞에 두고도 얼른 수저를 가져가지 못합니다.

제 고향에서는 콩밭 고랑에 열무를 심었습니다.

이리저리 흩뿌려서 아무렇게나 돋아난 열무나 얼갈이배추는 연하게 잘 자랍니다.

열무는 시골 농가의 여름 한때 없어서는 안 될 남새이기도 했지만

추수하기 전 농가의 푼돈 마련에 더없이 요긴한 작물이었습니다.


시골 장날을 하루 앞둔 여름 저녁 우리는 열무 뽑기에 동원되었습니다.

아이들이라고, 내일 십 리를 걸어 학교에 가야 한다고 봐주는 법은 절대로 없습니다.

온 식구가 콩밭 고랑에 엎드려 열무를 뽑습니다.


열무나 얼갈이배추는 금방 시들어 버려서 해가 뉘엿한 시간에 뽑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밤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이튿날 장에 내다 팔 때 상품 가치가 있으니까요.

뽑은 열무는 남폿불을 켠 마당에 둘러앉아 다듬고 단으로 묶습니다.

곧 냇가로 가져가 뿌리를 씻어 가지런히 세우고 물에 적신 무명 보자기를 덮어둡니다.


밤새 한잠도 주무시지 않은 어머니는 첫 새벽에 보리밥을 한 솥 지어 놓고

열무를 무명 보자기에 싸서 무겁도록 하고 장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 동네 여러 집 어머니들이 함께 새벽을 밟고 시장에 가신 것입니다.

아마 날이 희붐한 시간쯤 시장 언저리에 도착하고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그래야 대구에서 온 장사꾼들 눈에 잘 띄고 한 번에 다 넘기고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장에 가시고 저는 기대에 부풉니다.

겉장에다 줄을 치고 쓰고 있던 산수 공책은 사 오시겠다고 일찌감치 약속해 두었고,

잘 팔리면 먹고 나면 입천장이 다 헤지는 왕사탕이라도 하나사 오실지 모르니까요.

다른 날보다 학교서 일찍 돌아와 소 꼴도 한 삼태기 해놓고 얌전하게 어머니를 기다립니다.


긴 여름 해가 산마루에 걸려도 어머니는 오시지 않습니다.

애가 마른 저는 동네 아이들 집으로 달려가 네 어머니는 오셨느냐고 물어봅니다.

다행히 그 아이들의 어머니도 아직 오시지 않았습니다.

열무김치에 만 보리밥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도 여전히 어머니는 오시지 않습니다.


어둠은 깊어지고 능선이 사라져버린 산에서는 삐삐 호랑지빠귀가 울기 시작합니다.

걱정이 되어 언니와 저는 어머니 마중을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개가 짖는 마을을 벗어나고 큰 소나무가 있는 길모퉁이를 지나고

가재가 나오는 옹달샘을 지나도 어머니는 오시지 않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마을 어른 어느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언니와 저는 똑같이 우울해졌습니다.

잘 팔리면 그 늦은 시간까지 어머니가 안 오실 이유가 없으니까요.

짐작은 하면서도 손만 꼭 잡고 걸었습니다.


이제 주위는 완전히 깜깜해지고 어둠 속에 길만 보얗게 펼쳐졌습니다.

명암도 높낮이도 구분이 안 되는 길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저를 언니는 몇 번이고 일으켰습니다.


산에서 들리는 바스락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서로 꼭 끌어안았습니다.

산짐승이 지나갔는지 주위는 곧 잠잠해졌지만 잡은 손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미끈거렸습니다.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제야 장에 가신 분들이 한데 모여 돌아오시는 것입니다.

우리 어머니도 작은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부지런히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한달음에 달려가 와락 치마폭에 안겼습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 냄새가 아닙니다.

비슷한 땀 냄새가 났지만 분명 우리 어머니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윗동네에 사시는 동수 어머니였습니다.


너무나 무안하고 어머니가 걱정되어 저는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엉엉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괜찮다. 괜찮아 네 어머니나 내 어머니나 매 한가 지지!” 등을 토닥이며 들려주신

동수 어머니의 이야기에 언니와 저는 넋이 빠졌습니다.


그분들이 오실 때까지 어머니는 아직 열무가 많이 남아

좀 더 있다가 오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동네 어른들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어머니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걱정하는 어른들을 뒤로하고 다시 어둠 속을 걸었습니다.

머릿속은 이제 어머니 생각으로 가득 차서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일 킬로쯤을 더 걸었을까요. 외딴집 희미한 불빛 너머로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새벽에이고 가셨던 보퉁이를 그대로이고 오시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작은 체신이 온통 보퉁이에 파묻혀 보퉁이만 걸어오시는 같았습니다.


푹 꺾어진 허리를 하고 간신히 보퉁이를 내려놓으며

뭐 하러 이 밤길 오느냐고 도리어 우리를 나무라십니다.

가져가신 것보다 더 많아 보이는 열무 몇 단은 제가 들고

언니는 어머니와 보퉁이를 나누어서이고 돌아옵니다.


어머니는 오늘 시장에는 온통 열무밖에 없더라고 하셨습니다.

아침밥도 거르고 삼십 리를 걸어 도착한 장터, 행여나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저 사람이 이 열무의 주인일까 쳐다보았을 어머니를 생각하면

저는 지금도 열무김치보시기를 내동댕이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사람이 식탁 위, 한 보시기의 열무김치를 위해 씨 뿌리고 김을 매고

다듬고 씻어 정수리가 아프도록 하고 온 땀의 의미를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요.


집에 돌아오니까 아버지는 불같이 역정을 내셨습니다.

안 팔리면 근처 식당에라도 거저 주고 요기나 하고 오지 미련하게 그걸 그냥이고 오신다고요.

어머니는 종일 머리에 수건 하나를 쓰고 시장에 앉아, 땡볕에 김매던 땀방울의 가치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것인가 오기도 나셨을 겁니다.


생략 허네유~

추천6

댓글목록

best 이쁜달 작성일

첨엔 여자분 인줄...
남자분 인걸 알고서는 백수님 인줄..
근데 말입니다
농막님 글,특히 사진을 볼때 마다 자꾸 기시감이 드는 거에요
누구신지 알거 같지 말입니다
물론 혼자 알고 있것습니다

좋아요 4
best 타불라라사 작성일

음 ᆢ글 중간에 열무 팔러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은 죽은ᆢ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에 나오는 "엄마 걱정"이란 시와 데쟈뷰 됩니다!

ᆢ열무 삼십 단을 팔러간 기형도 시인의 엄마를 기다리는 절절함이 뭍어나네요. 윗글처럼ᆢ^

좋아요 2
best 농막맨 작성일

지는 시와 시인 분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유
평범한 여성분인데 ..댓글 내용이 너무 정성이 듬뿍 담겨서 ..요즘 보긴 드문 선풀러 라는 생각이네유

좋아요 1
best 청심 작성일

다소 긴 글에
초 집중하며 정독
오늘 하루 피로가 가신듯
정신이 참 행복해집니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달아볼까

그런데 지금은 감정이 말라서
어찌 저런글이 나올까

일을 줄여야하는데
아직은 ~~~

좋아요 1
강가에 작성일

그아지매 겁나게 글을 잘쓰네요

좋아요 0
청심 작성일

다소 긴 글에
초 집중하며 정독
오늘 하루 피로가 가신듯
정신이 참 행복해집니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달아볼까

그런데 지금은 감정이 말라서
어찌 저런글이 나올까

일을 줄여야하는데
아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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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맨 작성일

정성도 정성이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훈훈했어유
청심님은30, 40대 보다두 더 건강하시니 무리 하지 않는 범위루 하셨음 좋겄네유..
일을 손에 놓으면 갑자기 늙는다구 허드라구유.. ㅋ

좋아요 0
타불라라사 작성일

음 ᆢ글 중간에 열무 팔러 갔다가 돌아오는 장면은 죽은ᆢ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에 나오는 "엄마 걱정"이란 시와 데쟈뷰 됩니다!

ᆢ열무 삼십 단을 팔러간 기형도 시인의 엄마를 기다리는 절절함이 뭍어나네요. 윗글처럼ᆢ^

좋아요 2
농막맨 작성일

지는 시와 시인 분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유
평범한 여성분인데 ..댓글 내용이 너무 정성이 듬뿍 담겨서 ..요즘 보긴 드문 선풀러 라는 생각이네유

좋아요 1
이쁜달 작성일

첨엔 여자분 인줄...
남자분 인걸 알고서는 백수님 인줄..
근데 말입니다
농막님 글,특히 사진을 볼때 마다 자꾸 기시감이 드는 거에요
누구신지 알거 같지 말입니다
물론 혼자 알고 있것습니다

좋아요 4
타불라라사 작성일

올만이오 달뇨사님 ᆢ어디 놈팽이 아직 안 생겼죠ㅋ! 날도 더분데ㅠ.

ᆢ저녁 먹고 보입시더^(식전이라오)

좋아요 0
농막맨 작성일

누구든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하지유~
다만 지는 여유로운 시간을 나름 잘 이용한다는 짧은 생각으루 오네유 ㅋ
달님께서는 데쟈뷰 현상에 대하여 잘 아시는 분이니..
지가 긴 설명을 안혀두 될 것 같네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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