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겨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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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빵이빵소이 댓글 2건 조회 2,051회 작성일 21-02-03 23:06본문
대학 초년생 때였을 거다
방학이라 고향에 내려와서 맨날 술로 세월 죠지던 때였으니까
그날도 새벽에 귀가하는데
집 담벼락에 웬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취객이겠거니 하고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도 만땅구 취했는데...
단독주택이었으니까 담 옆에 창고가 있었다
거기를 통해 담 넘으려고 창고 지붕 위로
일단 외투를 벗어 던져 올렸는데
그 순간 뭔가 느낌이 왔었다
이 추운 날씨에 저러다 어쩌지?
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외에는..
전화를 걸 수도 있었겠지만
그 땐 전혀 생각도 못했다
나도 취했으니까...
뛰어 내려갔다
큰길 나가서 150 미터 쯤에 마침 방범초소가 있었다
이건 경찰은 아니고 민간 자율 방범..뭐 어쩌고 하는 거다
“아저씨요 저 울 집 담벼락에 누가 눕어 있는데요...”
대원 둘이 후레쉬를 들고 나랑 같이 뛰었다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일단 나는 안도하면서 구경꾼이 되었다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으니까
한 아저씨가 불을 비춰 보더니
누워 있는 사람 얼굴에 자기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능숙한 동작이었다
“이거 약 묵었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범은 그 청년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라 임마”
얇은 점퍼 차림에
창백한 얼굴에 바짝 마른 입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제서야 난 돌아가는 사태가 뭔지 이해가 되었다
취객이 아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며
그리 나이가 많지는 않은 청년이고
취객이 아니란 거는 일단 냄새를 맡아 보고 판단을 했구나
내가 다시 큰길로 뛰어가서 택시 한 대를 불러왔었다
외투도 없이 한 겨울에 이리저리 뛰고 나도 정신이 없었다
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술이 다 깨서 멀쩡한 정신이었다
다시 담을 넘을까 하다가
외투만 내려서 입고 벨 눌렀다
엄마한테 등짝 한 대 맞고 잔소리 들었었다
그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후에 또 그 날처럼 새벽에 귀가하다가
방범 초소에 가서 물어 보려고 하다가
그냥 왔다
댓글목록
어려움에 처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을
돕는(혹은 척하는) 행위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 작년 장마철에 그 글 재밌었 ...ㅋㅋ
지하철에서...
안녕? 음악이랑 글이 너무 좋군하~~~
결과적으로 좋은 일 했네
너도 놀랐겠다
난 학창시절 ㅅㅂ 만취로 바지에 오줌싸고 댕기가
이게 길거리서 싸는건지 화장실서 누는건지도 몰랐시야 ㅋㅋ
어쩔~?
앗! 쏘우뤼~
어려움에 처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을
돕는(혹은 척하는) 행위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 작년 장마철에 그 글 재밌었 ...ㅋㅋ
지하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