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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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심 댓글 4건 조회 2,383회 작성일 19-10-11 23:51본문
비슷한 나이라면 펜팔이라는 추억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나의 경험은 군에서 이루어진 펜팔의 인연이었지만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기에 오늘 다시 꺼내본다
때는 78년
당시 여기저기 주간지나 월간지 뒷부분에 실려 나오는 펜팔 주소란
내무반에서 주소를 놓고 나누어 갖기를 한다
누군가 문장력이 뛰어난 애가 샘플 편지 몇 가지를 써 놓고
우리는 그 중에서 골라서 내 신상만 바꾸어 놓으면 아주 멋진 편지가 되었으니
그리 어렵지도 시간도 걸리지 않는 ~
나는 아쉬운데로 그럭저럭 문장구상은 잘 하는 편이었기에
잠시 잠깐 사이에 두어장의 편지지를 매꾸어서 보내곤 하였던 기억이
그렇게 보낸다고 답장이 오는 것은 아니었으니
더더구나 군부대 주소로 보내는 편지는 정말 아주 드물게 답장이 오는 편
내무반에서 누군가 그런 답장을 받으면 그 애는 당일 PX에서 쏘는 날
해태 브라보콘에 삼립 크림빵 거기에 더하면 병 콜라까지
그런 나에게 몇 곳에 보냈는데 처음으로 답장이 왔다
나는 양구에서 근무를 하는데 상대는 춘천에 살고 있고 직장 여성이란다
당시 춘천에 있는 전자부품회사 직원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진도 보내고 ~
물론 상대는 사진을 보내오지 않았지만 ~ 그래도 용기내어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놀러오라고 ~ 춘천에서 양구는 당일로 다녀가는 곳
그런데 갑자기 편지가 뚝 끊어졌다 ~ 너무 성급 했나 ~ 그리고 포기했고
시간은 흘러 성탄절날 ~ 당근 나는 기독교인이니 부대 교회에 갔다
교회는 위병소 바로 옆 ~ 한참 예배를 보는데
위병소에 근무하는 애가 내 옆에와서 나를 쿡 찌르며 나오란다
“저기 면회 왔는데요” 아니 나 면회올 사람이 없는데
누가 온다고 하면 미리 편지로 연락이 오는데 ~ 그런 사람이 없었고
고작해야 가족들 이외에는 없었기에
궁금증을 가지고 바로 옆 위병소 면회실을 들어섰는데
십여명의 면회객이 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누가 다가 온다~ 여자다 ~ 누구 아닌가요 ~ 네에 네에 그런데
네에 저는 편지 보낸 누구예요~ 그런다 ~ 그리고 보니 뒤에 누군가 한사람이 더 있다
물론 여성 이었고 ~ 꽤나 미모가 있어 보였다 ~ 아 내 친구라고 소개 한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놀랬지요. 첫마디다
당근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에 숨기지 않고 그렇다고 ~ 답했더니
놀래 주려고 편지를 하지 않고 이렇게 왔다고 ~ 무슨 악취미야
양구 좋은 공기도 마시고 군인 아찌도 볼 겸 ~
오늘은 자기들이 한 턱 낸다며 나가자고
그녀는 아래 청바지에 위에는 당시 유행한 털 바바리를 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머리는 적당히 길러 아래 부분만 파마를 했던 것 같고 ~ 보통 여자들보다 큰 편
기억이 희미하지만 고운 피부에 쌍꺼풀이 살짝 그런 상당한 미모
치마만 둘러도 예뻐 보인다는 군인의 신분으로 그런 미모의 여성을 두사람이나
보고 있으려니 정신마저 혼미 했던 기억이 ~
그런 나는 군인 이지만 얼굴은 아직 소년티가 남아있었던
그런 나를 보고 아주 귀엽게 생겼다고 놀리면서
꼭 자기들 동생 보는 것 같다며 ~ 환하게 웃던 기억이
그렇게 외출증을 끊어서 양구 구암리에서 양구시내까지 10여분 버스로 이동하였고
그녀들이 나를 안내한 곳은 어느 불고기 식당
드디어 탁자를 두고 서로 마주 앉은 편안한 사제식당 자리다
나를 천천히 바라보면 그녀들은 나를 두고 둘이 마주보며 또 한바탕 웃는다
야아 ~너무 애띠고 귀엽지 않니 ? 모야 완전 놀이게 아냐
그러면서 하는 말 ~ 편지를 참 잘 쓴단다
사진은 보았지만 정말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했단다
그래서 친구랑 같이 나를 놀려 주려고 한동안 답장을 하지 않고
나의 제안을 받아 ~ 춘천 소양강 나룻터에서 배 한번 타니 양구라고
놀러 왔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
그랬다 그녀들은 강원도 춘천이 집은 아니었고 서울이 집인데
서울에 있던 회사가 그곳으로 이전하여 따라온 그런 케이스인데
쉬는 날마다 집에 가는 것도 재미없던 차 ~ 나를 만나는 이벤트가 만든 것
무튼 그렇게 식당에서 사식의 불고기를 먹는데 얼마나 맛나던지
거기에 맥주까지 한잔 해가며 너무나 잘 먹는 나를 바라보던 그녀들
연신 미소를 지으며 서로 바라보며 웃기에 바쁘고 나는 먹기에 바쁘고
아차피 혼자 온것이 아니니 ~ 이미 나도 분위기 파악하고 아예 딴 생각은 출장 보내고
먹는데 올인 했었다 ~ 그녀들은 너무나 맛나게 먹어주니 고맙다고 연신 칭찬 한다
이제 먹을 것 다 먹었고 식당에서 나가야 하는데
한 겨울이고 눈도 많이 내렸고 어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나는 ~ 이렇게 대접을 받았으니 다방에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그건 군인아저씨가 산다고 ~ 그 정도 돈은 주머니에 있었기에
그렇게 가까운 2층 다방에 들어가니 여기저기 군인 손님만
연탄난로 위의 주전자 주둥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다방레지가 다가온다 ~ 네에 저는 커피 둘에 설탕하나 프림은 넣지 말고요
당시 이것이 지금의 커피숍에서 주문하는 방식과 비슷한 주문내용
역시 그녀들도 나와 비슷한 주문 ~ 주로 나이든 사람들은 프림도 포함
그렇게 주문이 끝나고
이제는 식당에서 나누지 못한 젊은이들만의 주제가 나오기 시작하고
그녀들은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신이 나서 나에게 해주었고
나는 예의상 장단을 맞추며 경청하는 태도로 일관하며
양념으로 조금 웃기는 당시 코미디 몇 가지를 흉내내 주었더니 그렇게 잼나다고
그리고 마지막 그녀의 질문
애인 있어요?
당시는 여친 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 ~ 그냥 애인 있어요 였다
당근 나는 없었고 ~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둘이 바라보며 하하 거리며 또 웃는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 그럼 너 애인하며 되겠다
애궁 그럼 나야 좋지 ~ 속으로
더 이상 그녀는 애인 하겠다 말하는 대신~편지할께요
아 그럼 애인을 하겠다는 말인가 ~ 일단 그렇게 알고
그녀들은 당일 오후 늦은 배를 타고 춘천으로 돌아갔고
나는 의기 양양하여 귀대하니
내무반에서 난리가 아니다 ~ 한턱 내란다
난 그날 PX 막걸리에 과자안주까지 주머니가 다 털리고
외상까지 ~ 당시 PX방위병에게 잘 보이면 외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다음 새해 그녀에게 드디어 편지가 왔다
댓글목록
78년보다는 한두해 더 후에 일이었네요
양구에 군인이랑 펜팔을 했습니다
크리스 마스를 하루이틀 남기고 느닷없이 그 사람이 찾아왔더군요
오렌지색 겨울 코트를 입고 마음은 그냥저냥 .. 조금은 당황/
키가 많이 크고 순박해 보이는 청년이 서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 참 좋아보이는 좋은 인상이다 싶은데
그때는 촌스럽다 생각에 차한잔 마시자는 제안을 메몰차게
내치고 돌아서 왔어요
그 멀리서 눈오고 추운날에 날 보러 온사람이엇는데
참 철없고 속된말로 싸가지 없는 저였네요
그후로 나이를 먹고 어쩌다가 눈오는 날이면
그때일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글머리에 그분일까 화들짝 놀랐네요 ㅎ
브라보콘 오랜만에 접하네요 ㅋㅋ
저는 구구콘 ^^
78년보다는 한두해 더 후에 일이었네요
양구에 군인이랑 펜팔을 했습니다
크리스 마스를 하루이틀 남기고 느닷없이 그 사람이 찾아왔더군요
오렌지색 겨울 코트를 입고 마음은 그냥저냥 .. 조금은 당황/
키가 많이 크고 순박해 보이는 청년이 서 있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 참 좋아보이는 좋은 인상이다 싶은데
그때는 촌스럽다 생각에 차한잔 마시자는 제안을 메몰차게
내치고 돌아서 왔어요
그 멀리서 눈오고 추운날에 날 보러 온사람이엇는데
참 철없고 속된말로 싸가지 없는 저였네요
그후로 나이를 먹고 어쩌다가 눈오는 날이면
그때일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글머리에 그분일까 화들짝 놀랐네요 ㅎ
어쩌다 보니 지금시간까지 무언가 하다가요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려다가 댓글이 있어서 반갑게 달려 왔네요
아 ~ 그런데 그 옛날 그런 일이 있으셨다니
그랬겠네요 당시만 하더라도 ~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기는
차 한잔이 많은 역사를 쓸 수도 있었으니까요
아무쪼록 그런 추억을 아직도 눈내리는 겨울 날
생각하신다니 ~ 정말 좋은 추억거리입니다
그런데 청화라는 닉이 참 맘에듭니다
의미가 있으신가요
저는 청심 ~ 늘 푸르른 숲 같은 마음으로 살자 입니다
한편 젊게 살자 ~ 뭐 그런 의미요
감사합니다 ~
브라보콘 오랜만에 접하네요 ㅋㅋ
저는 구구콘 ^^
당시에는 브라보콘 하나 밖에 없었던 시절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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