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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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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핫백수 댓글 26건 조회 2,515회 작성일 19-09-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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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렁 위의 소쿠리에는 윤기 나는 식은 보리밥이 담겨져 있었다.

시커먼 보리밥을 양푼에 퍼담고,

갓 따온 오이며 상치 열무등과 고추장 된장을 적당히 집어 넣고

숫가락으로 이리저리 젓는다.
원래 [비빈다]는 표현이어야 하지만...보리밥은 찰기가 없어 비빌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찰기가 없는 꽁 보리밥에

금방 싯은 오이며 상치 등 온갖 야채에 묻어 있는 물기 때문에

이리 저리 젓다 보면 그냥 먹을 만한 정도의 비빔밥이 된다.

오이는 칼로 썰어서는 안된다.

시크하게 손으로 툭툭 분질러서​ 양푼에 똔져 넣고,

상추나 열무 같은 야채는 손으로 우왁스럽게 뜯어 넣어야 제격이다.​

맛?
지금껏 그렇게 맛있는 밥은 먹어보질 못했다.

앞으로도 영원히 맛볼수 없을 것이다.
그런 맛이 나올수 있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똥구녁이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형제가 많아야 하고

우연하게도 그 많은 형제가 다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혼자 있게된 나를 발견 해야만 된다.
뜨거운 여름이야 하고 주위에는 너무 조용하다 못해

벽시계 초침소리가 귀에 거슬릴 정도가 되어야한다.

그런 공간속에 혼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앉아 있던지 서있던지 공부를 하던지 낙서를 하던지

무슨짓을 하더라도 귀에서는 윙윙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매미 소리인지 와가리 소리인지 아니면 환청인지

구분이 되지않아야 한다.

그러면 본격적인 권태가 찾아온 것이다.

권태와 짜증은 동반하여 올수도 있고 다르게 올수도 있는데...

중요한건 그 때 쯤이면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손 치더라도

시렁위 소쿠리에 식은밥 덩어리가 꽁보리밥이 아니고

하얀 쌀 밥이기라도 한다면 그 기가막힌 맛은 슬며시 달아나고 만다.

왜 그럴까?

너무나 오랜동안 가난한 삶을 살아온 조상들의 생활이

내 몸속에 유전되어 있었기 때문 아닐까?

나는 장담한다.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아무리 멋 있고, 맛있는 곳을 찾아 다녀도

그들이 내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기가 막힌 맛의 추억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살게된 세월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몬살게 되던지...더 잘 살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가족의 단위는 작아지고 사랑을 독점하는 애들은 많아 질 것이다.

형제가 없기에 밥을 (사랑)을  나눠 볼 기회가 없을 것이다.

여럿이서 먹어야 할 밥을 몰래 혼자 독점하는 그 맛....캬~!!


정말이지...오늘은 꽁보리밥이 미치도록 먹고 자프네...ㅠ,

 


추천11

댓글목록

best 청심 작성일

보리밥이라는 주제를 글로 잘 풀어주신 듯

저는 지금 보리밥을 사양 합니다
어린시절에 평생 먹을 것을 다 먹었네요 ㅋㅋ

그래서 감자도 옥수수도 별로 입니다
오직 쌀밥 ~

어려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쌀밥에
계란후라이 ~
지금도 제가 가장 즐겨 먹는 메뉴이지요
직접 해 먹으니 그 맛 더더욱 굿
계란 말이는 더더욱 맛나지요 ㅋㅋ

백수님이 그렇게 맛나다 하니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  직접 조리해서

추억을 꺼내주심에 감사요

좋아요 3
best 익명의 눈팅이2 작성일

글쓰는 재주가 훌륭하시오.
부럽쏘.^^

좋아요 1
best 청심 작성일

아 그러시군요
저는 학교 도시락도 ~  아 보리밥
나중에 돈 벌어서 쌀밥만 먹어야지 그랬던 그 시절

좋아요 1
손님 작성일

ㅋ보리밥....원체 시러라험다.
밥알이 따루 굴러댕기묜 싱굥질나서뤼..................ㅋ

온뤼.니밥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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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찢어지게 가난했거나...이가 좋거나...
이가 없는 사람은 보리밥이 미끌어서 좋다던디요. ㅋㅋ

좋아요 0
소풍 작성일

시렁위의 소쿠리에 담겨있던 그 보리밥

5학년때 같은 반 순덕이의 나머지 공부를 도와주고,
그 아이가 살던 초갓집 담 모퉁이를 돌아서던 여름 날
여름 감자와 양파를 넣어 끓인 구수한 된장찌게에
저 보리밥을 퍼주시던 순덕이 할머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는데,
대청마루에 앉아 보리밥을 퍼먹다가
바로 앞 고추밭에서 빨간 뱀이 혀를 날름 거리며 나를 쳐다봐서
숟가락을 든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던..

너무나 그리운
오랜 기억의 단편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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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어릴 때 기억은 무지 크게 느꼇을 것인디.
많이 놀랐겠다. ㅋ

나도 사람보다 큰 구렁이를 본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기억이 왜곡 된거 같음...ㅎ

좋아요 0
청심 작성일

보리밥이라는 주제를 글로 잘 풀어주신 듯

저는 지금 보리밥을 사양 합니다
어린시절에 평생 먹을 것을 다 먹었네요 ㅋㅋ

그래서 감자도 옥수수도 별로 입니다
오직 쌀밥 ~

어려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쌀밥에
계란후라이 ~
지금도 제가 가장 즐겨 먹는 메뉴이지요
직접 해 먹으니 그 맛 더더욱 굿
계란 말이는 더더욱 맛나지요 ㅋㅋ

백수님이 그렇게 맛나다 하니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  직접 조리해서

추억을 꺼내주심에 감사요

좋아요 3
dd 작성일

오늘 점심때 솜씨 좋은 동료가 계란말이를 싸 왔는데
눈치 보다가 안먹음 ㅋ
저녁때 만들어봤는데 내건 맛이 ㅠㅠ

좋아요 0
청심 작성일

그럴 경우는 일단 먹어주고
한마디 " 아 장말 맛있네요 "
그 말이면 다음에 또 해다줍니다 ㅋㅋ

좋아요 0
dd 작성일

아 역시 지혜로우심미다 ㅋㅋ

좋아요 0
핫백수 작성일

나는 질리게 먹은건 아니고...
한 2년 정도  최악일때, 
잠깐 먹어서...추억이 된거죠.ㅋ

좋아요 0
청심 작성일

아 그러시군요
저는 학교 도시락도 ~  아 보리밥
나중에 돈 벌어서 쌀밥만 먹어야지 그랬던 그 시절

좋아요 1
핫백수 작성일

그 시절은 다 그랬죠.
나는 다행이 아부지가 공무원이어서 밥은  쌀밥 먹었네요.ㅋㅋ

좋아요 0
청심 작성일

오잉 그 시절 공무원이시라면
아마도 대통령 부럽지 않았는데 ~ 

그래서 지도 난중에 나도 공무원되야지 그랬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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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나중에 나는 면장아들 되얏네요.ㅋㅋ
그때부터 살짝 도련님대접을...ㅋㅋ

좋아요 0
손톱달 작성일

보리비빔밥엔 청국장이 있음 금상첨화인데요ㅎ
근데 와가리가 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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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매미의 일종인데...소리가 젤 큰 놈입니다..표준어는 모르겠네요.ㅎ

좋아요 0
손톱달 작성일

늦게 자는편이라 사실 이시간이 배고플 시간인데
열무보리비빔밥이 급 땡기네오ㅋ
아참 밤중에 먹는예기 해가지곤

좋아요 0
핫백수 작성일

그러게여..
쪼매 미안네여. ㅋㅋ
나는 시어터진 파김치 넣고 돼지찌게 해묵고 잘라구요.ㅋㅋ

좋아요 0
손톱달 작성일

아 돼지고기빼고 멸치너으면 그것도
밥도둑인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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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그래여?파에는 멸치가 궁합이 맟는가 봅니다.
파 멸치찌게가 되는겅가? ㅋㅋ

좋아요 0
dd 작성일

이상타?
나보다 연배 그리 많이 위신 것 같지는 않은데
하긴 비슷한 연배라도 환경과 추억은 각기 다르더라고요.

딸-딸-아들 중 둘째로 서민 가정에서 자라
양보나 경쟁이 생활화된 저 이지만
보리밥 보다는 케이크나 피자가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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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백수 작성일

내 고향은 전기가 중학교 때 들어 왔으여.
그 전에는 호롱불을 밝히고 살았고요. ㅋ

좋아요 0
dd 작성일

아 그러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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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눈팅이2 작성일

글쓰는 재주가 훌륭하시오.
부럽쏘.^^

좋아요 1
핫백수 작성일

별걸 다 부러워 하시네요.
그냥 잡글인데....ㅎ

아무튼,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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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작성일

네 글을 잘 쓰시는 듯

좋아요 0
핫백수 작성일

고마워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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