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고 묵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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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핫핑크 댓글 15건 조회 2,712회 작성일 19-08-29 10:11본문
나는 커피 맛도 모름시롱 커피를 마신다.
식후에 다들 한 잔씩 마시니까 따라서 한 잔, 말이 끊어지면 뻘쭘하니까 한 잔,
이래서 한 잔, 저래서 한 잔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저렴한 태도로 커피를 대하던 내가 커피 음용을 극히 사적인 기호행위로 인식하자 마자
커피잔 쥐는 것부터 바꿨다. 온갖 궂은 일을 하던 오른손에서 한참 피끓던 젊은 날
은밀하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던 왼손으로 바꿔쥐게 됐다.
혼자가 됐든지, 여럿이 함께든지 차를 마시는 것은 목을 축이려고 음료를
냉큼 들이키는 것과는 확실히 좀 다른 차원이 아니겠냐는 거지.
사은품으로 딸려오는 물건치고 제 값 하는 경우가 없어서 공짜로 준대도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질색팔색하는 품목이 다기나 그릇류이다. 한데, 어찌된 일이지 녀석은 까탈스런
감시망을 뚫고 내 주방에 떠억~ 하니 입성을 했더랬다.
결별한 지 오래지만 녀석의 외관을 설명하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 않다.
'흔하디 흔한 머그잔'이라고만 하면 끝~!
빼어난 디자인에 수려한 문양이 그려졌더라면 내 무슨 재주를 부려야 했을꼬.
허나 덤덤한 외관에 비해 짙은 다크초컬릿의 색상만은 탁월했다.
외관을 무미하게 빚은 것도 다크초컬릿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녀석에게는 대량생산된 공산품이라고 깔볼 수 없는 기운이 서려있었다.
우선 테두리의 두께부터 남달리 두툼했다.
입술을 잔에 갖다대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으면 두툼한 촉감이
흡사 사내의 입술과 맞닿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녀석의 진짜 매력은...
잔을 들어올렸을 때 묵ㅡ직ㅡ하게 느껴지는 손맛에 있었다.
묵직함이야말로 녀석의 진짜 매력이었고 그 묵직함에 사로 잡혀
여태껏 안타까움을 지우고 못하고 있다.
흔해빠진 머그잔을 '녀석'으로 대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녀석과 함께하는 시공은 그럴싸했다.
한 모금의 커피를 홀짝이는 것인데도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았고
녀석이 놓여져 있으면 어지러운 쪽방에 노트북만 부려놔도 근사한 서재로 보여질 만큼
녀석은 문장의 형용사 같은 데가 있었다. 순전히 허세에 기인한 것일테지만..
두텁고 깊은 품을 가진 녀석은 품은 것의 성질을 제법 오래도록 지켜주었다.
찬 것은 차게, 더운 것은 더웁게.
덕분에 나는 갖은 포옴을 잡아가면서 싸구려 감성을 데우거나
천천히 식어가는 마음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손이 너무 거칠어져 고무장갑을 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심해서 다뤘어야 했는데...
녀석이 제 아무리 두텁고 묵직하다지만 그 설겆이통에서만큼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고무장갑에서 미끄러지는 것과 동시에 더할 수 없이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렇게 황망하게 결별한 후로 묵직한 손맛을 찾아 서너 군데의 백화점과
더 많은 할인점으로 발품을 팔아도 녀석만한 품과 두께를 가진 머그잔을 찾을수가 없다.
숨 넘어가도록 이쁘기는 한데 헤딱빼딱 지나치게 가볍거나
숭늉 대접처럼 너무 후하거나 불편할 정도로 깊거나.
널리고 흔한 게 머그잔이건만 녀석만한 대체품이 없다니...
커피 맛은 머그잔의 묵직한 손맛에서 비롯된다고 하면
커피에게 무례한 언사일까?
묵직한 맛이 전해지지 않는 커피는
영~~ 파이다-_-;
여긴 비가 와요.
님 계신 그 곳에도?
댓글목록
ㅋ오오오.............구드~!!!!ㅋ
왼손을 천천히 펼쳐 슬며시 받쳐들을 때매다..........묵직했던 거죠?ㅋ
아직은 멀쩡해여!비 안오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웃 터졌어요.
촐랑대는 웃음으로 우(雨)요일의 차분함을 흐트려놓다니요.
씨컵이 아닌 늘 공경하며 받들던,에 방점 찍었어요.
제대로 찍은 거 맞지요?
핫핑크 아줌마, 이제 머그잔과 놀지 말고,
단테처럼, '리얼돌'하고 노세요.
핫핑크 아줌마, 이제 머그잔과 놀지 말고,
단테처럼, '리얼돌'하고 노세요.
추 내리고요
머그잔에 커피한잔
조금전 저도요ㅠ
커피는 머그잔에 마셔야 제맛이죠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유난히 커피가 더 땡기네요.
댓글, 추 감사합니다.
뽀송한 오후 되세요~^^
ㅋ오오오.............구드~!!!!ㅋ
왼손을 천천히 펼쳐 슬며시 받쳐들을 때매다..........묵직했던 거죠?ㅋ
아직은 멀쩡해여!비 안오구.
느낌 아시는군요^^;;;
오늘 비는 꼭 화선지에 먹물로 그림을 그린 것처럼
온 세상이 희붐하네요.
씨컵에 가까웠거든여.......그 컵이...!ㅋ늘 공경하며 받들던...!ㅋ
곧 올 비...느낌의 오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웃 터졌어요.
촐랑대는 웃음으로 우(雨)요일의 차분함을 흐트려놓다니요.
씨컵이 아닌 늘 공경하며 받들던,에 방점 찍었어요.
제대로 찍은 거 맞지요?
ㅋ역시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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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그쪽으로 감각이 특출나게 발달된 터라...
비...여기는 아직 안옵니다. ㅋ
이따가 올거 같은디...
커피가 땡기는 날씨네요.
시꺼먼 머그잔에 찐하게 가득타서
조금씩 홀짝 거리고 싶은 날씨입니다. ㅎ
오늘 새끼줄은 어찌 되시는지?
저는 내일님 글 읽고 갑자기 제 샛바닥 길이가 궁금해져서
비교할 대조군을 찾아나서려고 하는데요 ㅎㅎㅎ
좀있다 군민회관 준공식 풍물굿 하고, 그담에는 훠궈와 마라샹궈탕 준비합니다.
저녁에 손님접대가 있어서요.ㅋ
너무 사적인건가? ㅋㅋ
오늘 셋바닥대조는 힘들거 같고...
다음에...비내리는 음울한 날에 줄자 챙겨서 만납시다. ㅋㅋ
음울한 날... 제가 환장한다는 걸 어찌 아시고 ㅋㅋ
줄자가 필요한 순간은 따로 있다고 봅니,,,,,-_-;;
군민회관 준공식이라 볼 만하겠네요.
사진 찍어서 이따 보여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