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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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단테 댓글 5건 조회 2,726회 작성일 19-08-18 14:13본문
게시판에서 인연이 닿으나,
게시판 밖에서 인연이 닿으나
인연이 닿으면,
저는 그 인연을 소중히 하는 편인가 봅니다.
몇일전에는 풍산님을 잠시 뵈었습니다.
가끔 동암역까지 와서
같이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셨고,
한 이년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 당시에는 제가 몸이 너무 안좋았었던 때였는데
이젠 제가 몸이 좋아져서
거꾸로 풍산님 몸 걱정을 다 하는 처지가 되었더군요 ㅎㅎㅎㅎ
몸에 좋은 것 몇가지 나눠먹고 싶어서
잠깐 뵙자고 말씀드렸고,
덕분에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습니다.
전형적으로 게시판을 통해 알게되서
게시판 밖의 인연이 된 분이죠.
마찬가지로 악연도 있습니다.
다음 미즈넷 시절에
50대 방에서 저에게 한 없이 욕을 먹으면서도
일관되게 섬나라 원숭이 편을 들었던
그 두 사람을 들 수 있겠지요.
이젠 지나간 일이고 대화명도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지 싶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얼마나 이쁜 여자를 품었는지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그냥 제 마음속에는
악인중 한명 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도 일이 바빠서 제 앞에 있는 일처리도 손이 모자라는 판국이기도 하죠.. ㅎ
요즘 몇일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낭만님과 악양님간에 생기는 분란(?)을
약간 눈여겨 보았습니다.
제가 특별히 중재를 하거나,
혹은 누구 편을 들거나
혹은 누가 잘했다거나 잘 못 했다는 심판을 보거나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습니다.
게시판 생활을 십수년?
카페까지 하자면 근 20년 이상을 하다보니,
대부분의 분란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보면,
왜 그렇게 반목하고 싸웠는지 까먹게 되고
"저 사람만 보면 기분이 나빠~ "
정도로 감정만 남더군요.
사실 악양님(?)은
제가 잘 모르는 분이라서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잘 모르니 할 말이 없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ㅎㅎㅎ 뭐 어쩌라구 ~~~~"
그런데
낭만님은 나름 다음 미즈넷 시절부터 봐 왔던 닉네임이고,
수염 몇일 못 깎아서
KFC 할아버지 흉내를 냈던 얼굴도 기억이 나고,
글도 여러번 읽어왔던 친분이 계신 분이기에
오히려 더 이번 분란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았습니다.
낭만님께서
누구와 싸움을 하시던,
그냥 그 것도 따지고 보면 열정을 소비하고 있는 것일테니까요.
우리가 이 게시판에서 알게된 인연중에는
어쩌면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보게 될 수 있는 인연도 있지만,
어쩌면 평생 얼굴을 볼 일이 없는 인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3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있었던
게시판에서 알게되었던 인연중에서
오프라인 인연이 닿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이젠 그 사람들 닉네임조차도 가물가물 합니다.
그렇게 잊혀질지도 모르는 인연
평생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인연에게
그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오늘은 연배이신 낭만님께
이 말씀을 좀 드리려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 제 폭풍 잔소리가 보이시죠? 시작글이 이만큼 깁니다. )
제가 예전에 어르신들 모시고,
그 앞에서 제롱처럼 강의도 했던 사람이니까
한번 잘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게시판에서 소소한 분란이 생기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한두가지 이번 일과 연관 되었을 법 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는 인간이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이 게시판 분란과 어떤 인간관계가 있을까요?
여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 할머니는 항상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잘 하셨죠...
( 아... 양노원에서 강의 하던 필이 ㅡㅡ^ )
그 할머니는 평상시에 조리있게 말씀도 하시지만,
주로 들어주는 역할을 하셨는데.
그 할머니에게
(1) 자기 이야기
(2) 자기 살아오는 이야기
(3) 자기가 힘든 이야기
(4) 자기 속 이야기
(5) 자기 가족 이야기
(6) 자기 친정식구 이야기
(7) 자기 시댁식구 이야기
(8) 자기 치부
(9) 자기 자기 자기........
이런 이야기들을 할때마다
그 할머니는 어떤 판단을 내리기 보다 그냥 들어주고
하루를 잘 지내라고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그 할머니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기 어렵게 되었고,
예를 들면 그 할머니 코가 석자가 되었고,
피노키오도 아닌데 코가 길어져서
목공소를 가서 코를 잘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이야기를 하던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잘 들리지를 않고,
그래서 귀밥을 파고,
이비인후과에 가서 귀청소도 하고
그랬음에도 들어주는게 어렵자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그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은
그 이후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 오면,
자기는 자기 비밀을 다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차갑게 변한 할머니가 배신한거 같고,
그런 감정이 커져서
반목을 하게되죠.
그러다가 그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보이기라도 하면,
저 할망구가 내 이야기는 안들어주고,
다른 사람들과 노닥거리는게 보기 싫고,
이야기 들어주는 것은 나만 독점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생깁니다.
"그 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힘들었겠구나 "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두번째는 "내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반응하는 상대"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주로 양노원이나
탑골공원
파고다공원
요즘 핫한 소래포구역
다리밑 같은 공간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사이에 가끔 일어나는 일입니다.
기실 그냥 시간이나 보낼 생각으로 보이거나,
소소한 대화나 해 볼려고 글을 올리거나,
뭐 그러는 곳이 게시판이거든요.
그런데 상대방이
내가 올린 글에 대해 그냥
'피식~' 웃고 지나가거나,
아예 반응을 안하면,
그냥 그러려니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웃자고 쓴 글인데
상대방은 죽자고 덤비는 상황이거나,
내가 웃자고 쓴 글에
정색을 하고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내가 웃자고 쓴 글이였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글을 쓴건데
왜? 정색을 하고
화를 내시냐고 물어보고
혹시 내가 실수한 일이 있다면, 사과 하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내 글이 못 마땅하면 앞으로는 글을 나누지 맙시다. ' 라고 말하고,
인간의 연을 단절하면 쉽게 끝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 혹은 '내가'에 해당하는 사람이
저런 모범답안만 들고 나오면
인생이 너무 쉽죠.
모범 답안이 아닌
자신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ㅋㅋㅋ 내가 웃자고 썼더니? 죽자고 덤벼? '
'깝데기를 홀랑 벗겨봐야지 ~'
'지가 잘나봐야 얼마나 잘 났겠어? '
'도전 ~ 오늘은 살 살 약올려서 어떻게 나오나 봐야지'
이런 답안지를 작성하는 경우의 사람도 존재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참.. 복잡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흐르고,
그러면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자존심 혹은 자존감이
시기를 놓치게 만듭니다.
어떤 시기요?
"내가 미안했어 ~ 사실 자네가 내가 쓴 웃자고 쓴 글에 정색을 하기에 놀려먹자는 생각이 들었었네 미안하이~"
이런 사과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는 거죠.
뭐 20살 젊은 사내나
80 먹은 할아버지나
남자는 힘 ~!!!!
남자는 자존감 ~!!!!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런데 낭만님.
제가 아는 어른 분들은 힘 쓸때 힘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쁜 내 맘에 드는 여인 앞에서
혹은 주막집에서 친구들간에 즐거운 허풍을 나눌때,
혹은 예전 군대이야기를 각색해서 술 맛을 당길때,
뭐... 쫌 더 예를 든다면,
마당에서 도끼질을 하면,
이대근 보다 내가 훨씬 멋있어 ~~ 정도 말이지요.....
이 게시판에서
사람 놀릴때 쓸 힘이 있다면,
그 힘 더 좋은데 썼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보게 될 인연이 몇이나 있을까요?
모르죠...
누군가가 남을 놀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거든
또 그가 나를 놀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거든
그냥 토닥여 주세요.
그리고 그 시간에
술 맛 나는
이쁜 여인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는게
훨씬 남은 열정을 더 잘 소비하는 길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인생은 짧습니다.
사실 제가 이대근 보다
뒷 모습은 갑이지 말입니다. ~~~~~ ( 믿거나 말거나 뻐꾸기 함 날려주고 ㅡㅡ^ )
즐기셨으면 합니다.
사람을 놀리는 일에 힘써 일하는 사람은 그려려니 하시고,
그냥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 많이 가지는 일 그게 행복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낭만님 편을 안들어드렸습니다.
굳이 싸움의 상대가 아닌 듯 싶어서요...
오늘 저 물소리 들으시면서
음악 섞어 들으시면 기분이 좋아지실 듯 합니다.
댓글목록
아이구 질다 질어~~~
한마디로 그냥 그런가부다 신경끄란 거잖어요~~
반토막만 내주믄 안되나 ㅡ.ㅡ
인터넷 생활 통 틀어...젤 ㄱ긴 듯.. ㅋㅋ
좋아요 4
긴 글인데 단숨에 잘 읽히네요.
낭만님을 위해 쓰신 글이 제 마음에 와 닿으면서
그동안 어리석게 기운을 빼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여기를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게 되네요.
게시판을 이용해 말씀하신 거니
지나가던 제가 잘 새겨듣는 것도
기분 나쁘지는 않으시겠죠?
나도 얼렁 연륜이란걸 가지고 싶으다..
20대 30대들 앞에서 어른인척 하는 그렁거 말고..
긴 글 잘 안읽는데 단테님 글 읽게되네요.
그래서 숙희가 낮엔 심이 없고
밤에만
지금 몬 소리여? ㅋ
인터넷 생활 통 틀어...젤 ㄱ긴 듯.. ㅋㅋ
좋아요 4
나도 얼렁 연륜이란걸 가지고 싶으다..
20대 30대들 앞에서 어른인척 하는 그렁거 말고..
긴 글 잘 안읽는데 단테님 글 읽게되네요.
그래서 숙희가 낮엔 심이 없고
밤에만
지금 몬 소리여? ㅋ
아이구 질다 질어~~~
한마디로 그냥 그런가부다 신경끄란 거잖어요~~
반토막만 내주믄 안되나 ㅡ.ㅡ
긴 글인데 단숨에 잘 읽히네요.
낭만님을 위해 쓰신 글이 제 마음에 와 닿으면서
그동안 어리석게 기운을 빼지는 않았는지
앞으로 여기를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게 되네요.
게시판을 이용해 말씀하신 거니
지나가던 제가 잘 새겨듣는 것도
기분 나쁘지는 않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