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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따르면 찻잔, 술을 따르면 술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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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로수 댓글 19건 조회 2,295회 작성일 19-06-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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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지리산행 후..

산청 근처에서 살고 계시는 선배님 댁에 들렸습니다.

매년 정성이 듬뿍 담긴 녹차와 곶감을 보내주시는 선배님이십니다.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오시면서.. 

멀리서 저를 보자마자 어린 아이처럼 팔을 흔드십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시자 마자 볼을 비비고..

집 마당에서 반겨 주시는 형수님은.. 제 궁뎅이를 툭 툭 ~~ ㅋㅋ


한 요리를 하시는 형님께서 저녁 준비하는 동안..

형수님과 함께 마당에서 숯불을 피우고 나서.. 

솥 뚜껑에 돼지기름 바르고.. 고기 구울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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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니 반팔 옷 차림이 약간은 서늘했지만,

저녁 식사 겸 반주를 하는 분위기는 훈훈했습니다.

형수님도 왠만한 남자 못지 않으신 주당이십니다.


저 두분..

약 10 여 년 전에 많은 사연을 넘고 넘어서 재혼을 하셨지요.

재혼 후 형수님은 유방암으로.. 형님은 간암으로..

두 분 정말 ...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술이 한잔 두잔 돌자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가시는 형수님..

뭔가를 들고 나오시더군요.

자세히 보니 투박한 질그릇 잔(盞) 입니다. 


" 이 거 내 선물이야~  아직은 초보지만, 첫 작품이니 잘 쓰셔~ "

" 뭡니까 ?  술잔입니까...찻잔입니까 ?" ..


멍청한 내 질문에..

"술을 따르면 술잔이고, 차를 따르면 찻잔이지 모..ㅎㅎ"...


솜씨좋은 도공이 빚은 매끄러운 도자기보다..

형수님이 선물로 주신 술잔은 정성이 담긴 정겨운 질그릇 입니다.


질그릇... 투박하지요.

허나 저 질그릇은 자기의 용도에 대하여 ..

자신을 만든 옹기장이에게 불평 대신, 자신의 용도에 자부심을 갖습니다.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일은 각자에게 달려 있듯이..

질그릇은 어찌보면, 늘 고귀한 척 만 하는 도자기보다는..

우리네 삶에 더 가치있는 그릇은 아닐까...합니다.


저 질그릇에 인생이라는 가치를..

잘 버무린 나물처럼 정성들여서 담아서..

서로가 서로에게 내 주시는 분들이지요. 


재혼에는 서로의 조건은 중요합니다...

노후를 생각 한다면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조건 이 전에...

서로의 가치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겉모습만 매끄러운 도자기 처럼...

조건만 내세우는 재혼은 절대 재혼다운 재혼이 아닙니다.


술을 따르면 술잔이고, 차를 따르면 찻잔입니다.

조건을 내세우면 흥정이고, 가치를 알면 인연은 아닌지...

저 두분을 생각하니...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매끄러운 도자기 같은 삶 보다는..

투박하지만 질그릇 같은 삶이 더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물론, 도자기를 좋하 하시는 분의 판단도 존중을 합니다만...

 

추천8

댓글목록

best 익명의 눈팅이6 작성일

참 좋은 글이네요
중요한건 아닙니다만 기억하심 좋을듯해서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  합한 말
도기는 일명 질그릇 입니다 자기와 흙이 다릅니다
초벌후 유약 과정뒤 8-9백도 정도서 재벌하는 그릇
항아리 약탕기 뚝배기 함지박 등이 질그릇인 도기 입니다

자기는 백자든 청자든 흙이 귀합니다
초벌후 질그릇인 도기와 다른 종류의 유약 작업후
1200-130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재벌구이 견디는게
자기용 흙인데
분청사기 등은 일부러 투박해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형수님 찻잔은 투박해도 자기 인듯.
뚝배기나 항아리 색이 나는 찻잔 였다면 질그릇 도기 고요

좋아요 2
best 밍키 작성일

질그릇에다가 밥푸면 밥그릇~~?ㅎ
고봉밥 담을 그릇으론 너머 작다하실듯~~ㅋㅋ

인연을 억지로 맺어도 탈~
맺을 인연을 못맺어도 탈~

그냥 순리?대로 살면 되겟져머~~~ㅎ

좋아요 1
베라 작성일

잘 읽었어요
너무바빠 일단 대충 읽고 추만 드렸는데
혹시라도 지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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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봉 작성일

솥뚜껑 삼겹살이 잘 익고 있네요
질그릇 술잔에 사이다 한 컵 벌컥ㅡ
잘 마셨어요
고맙습니다아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저 어 기... 레니봉 손님..
삼겹살에 사이다 한병이면..
오백원 주셔야지요... ?  ㅋㅋ

좋아요 0
내일 작성일

그누메...재혼...재혼...ㅋ
남녀 불문, 싱글로 늙어가면 늘 부록처럼 따라다니는 대화소재..죠.
어제 댓글로 달린 의견들을 보면
신박한 말은 하나도 없슴다.
다들 하는소리이고, 그렇단소리는
다들 옳은소리라는거...

인연이 맺어질사람은 어떻게서든 맺어진답니다.
이번 생은 이렇게 싱글로사는게 8자라면..또 그 8자대로 사는거죠. 머...

진정 8자를고칠라는 오라진 각오를 갖지지않는한...ㅎ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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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작성일

네...원글자의 의도를 알고 쓰신 분 보다는..
재혼에 대한 보상이라는 ..
자신의 감정을 쓰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뭐 .. 그려러니 합니다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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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그립다 작성일

남이 입으면 명품,
내가 입으면 보세..;;;;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미남이신 바람님이 입으면 명품...
대충 생긴 내가 입으면 보세..ㅠ.ㅠ

좋아요 0
아리아 작성일

어떨땐 우리집은
술잔을 간장 종지로..
찻잔을 야채스프 용기로 ...

더 분위기 있고
맛도 더 좋게 느껴졌어요..ㅎㅎ

기본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삶이 더욱더 풍요로울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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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작성일

기본의 틀을...
격식의 틀로 이해를 해도 될까요 ?? ㅋㅋ

어떤 그릇이든,
용도에 맞게 쓰는것도 좋지만..

말씀처럼 기본의 틀을 깬다는 의미는..
새로운 시도..
즉, 도전으로 새로운 삶이 풍요롭다는 의미이군요.

아리아 님의 깊은 의미가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

좋아요 0
어복과여복 작성일

손수만드신 첫 작품을 선물로 주셨다는건 낭만이께서 그만큼  그분들께

큰 의미의 후배님이 되실듯 합니다..

그릇의 용도야 어디다 쓰던 무슨 상관이겠습니까만..

그 그릇의 가치는 낭만님께 좀 특별하시겠네요~^^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아마 제 생각에는 여러 작품 중에서.
제일 잘 나온 작품을 주신 듯 합니다.

제 사업 초기에 도움을 많이 주신 선배님이십니다.
20 여 년을 넘게 형제처럼 지냅니다.
고향 제 방에 손주 녀석 손 안 닿는 곳에 잘 보관 중 입니다..ㅋ

좋아요 0
밍키 작성일

질그릇에다가 밥푸면 밥그릇~~?ㅎ
고봉밥 담을 그릇으론 너머 작다하실듯~~ㅋㅋ

인연을 억지로 맺어도 탈~
맺을 인연을 못맺어도 탈~

그냥 순리?대로 살면 되겟져머~~~ㅎ

좋아요 1
낭만 작성일

정답~ 순리대로..
생긴대로 사는 게 정답은 아닌가 합니다..ㅋ
저 처럼 대충 생겼으면...
대충 살아야 하듯이..ㅋ

좋아요 0
익명의 눈팅이6 작성일

참 좋은 글이네요
중요한건 아닙니다만 기억하심 좋을듯해서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  합한 말
도기는 일명 질그릇 입니다 자기와 흙이 다릅니다
초벌후 유약 과정뒤 8-9백도 정도서 재벌하는 그릇
항아리 약탕기 뚝배기 함지박 등이 질그릇인 도기 입니다

자기는 백자든 청자든 흙이 귀합니다
초벌후 질그릇인 도기와 다른 종류의 유약 작업후
1200-1300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재벌구이 견디는게
자기용 흙인데
분청사기 등은 일부러 투박해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형수님 찻잔은 투박해도 자기 인듯.
뚝배기나 항아리 색이 나는 찻잔 였다면 질그릇 도기 고요

좋아요 2
낭만 작성일

오 ~~~  오늘 허접한 제 원글에 비하여..
너무 값진 댓글이십니다.

도기와 자기.. 시간이 지나면 또 헷갈리겠지만..
그래도 오늘 좋은 공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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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참견 작성일

좋은 말씀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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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작성일

감사합니다 ~~
맛점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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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달 작성일

찻잔도 술잔도 되는 질그릇 사진도 올려주시지않구요 저두 질그릇 너무좋은데 나이먹으니 무조건
쓰기 가벼운 그릇을 선호하게 되더군요
재혼해서 잘사는사람을 그닥 본적이없어가
좀 부정적인 시각의 소유잡니다ㅋ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그 선물은 고향 집 제 서재에 잘 보관을..ㅋ
재혼에 대한 모든 분들의 시선은 다르겠지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저는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의 처지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서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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