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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버릴 수 없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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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낭만 댓글 17건 조회 2,461회 작성일 19-07-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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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다락방에서.. 

박스 하나를 발견해서 궁금하여 열어보니

제가 총각시절에 쓰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데..


낡은 등산화와 낡은 배낭...

그리고 그 중에 낡은 석유버너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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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애지중지했던 버너...

그 당시 버너 하나만 있으면, 어깨에 힘 주던 시절이였기 때문입니다.


저 버너만 보면 가슴이 울컥거리는 추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지금도 저 낡은 버너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군 입대 전, 학업을 중단하고 ..

외삼촌에게 허락을 얻은 후 입대 전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외삼촌께서 연결을 해 주신..

안양에 규모가 작은 모 건설사에서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뭔 객기였는지..

외숙모님이 주신 비상금도 안 받고..

모 방직 회사 길 건너편 쪽방에 월셋방을 얻어서,

하루 벌어서, 하루 하루 봉지쌀로 연명을 했습니다.


그 때는 석유곤로도 없어서,

모직회사에 다닌던 옆방 아가씨들에게..

석유값도 안주고 염치 좋게 빌려쓰곤 했습니다.


그 당시 저를 친 오빠처럼 따르던,

여 동생과 함께 광주에서 올라 온 옆방 아가씨는..

제가 안쓰럽게 보였는지 수시로 반찬이나, 김치를 주곤했습니다.


그 친구는 일이 끝나면,

야학을 다니던 정말 성실했던 친구였습니다.


가끔 반찬 값 대신으로,

야학에서 내준 숙제를 물어보곤 했지요.


한 동안 다녔던 건설사는,

제주도 공사로 이전을 한다고 하여 할 수 없이 그만 두었습니다.


짐을 싸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낡은 버너를 내밀더군요.

"오빠야 ~ 이 버너 새거는 아니지만 써요 ~

어디가서 굶지말구요 " .....


어디서, 어떻게 구입을 한 버너인지는..

지금은 기억이 안 납니다..

..


낡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지금도 꽤 많은 낡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어려운 일이 있어도..

그 인연을 쉽게 끊지 못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을,

구분을 하기 싫어서 못 버리나 봅니다.


물론, 버리면 채워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지나친 애착은 버릴 수는 있지만..


제 젊은 시절 타인이 저에게 베푼 선한 마음이 담긴 물건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군요.


저 낡은 버너는...

저에게 선한 의지를 베풀어 주신분에 대한 소중하고 아련한 추억을..

연결해 주는 또 하나의 시그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려한 추억이지만..

저 버너에 사온 봉지쌀로 밥을 해서.. 

하얀 쌀밥에 그 친구가 준 김치를 맛있게 먹던 ..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하루 벌어서, 

봉투 쌀을 사 먹어도 행복했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추천7

댓글목록

best 밍키 작성일

요즘 물만난 물고기맹키로 올리시는 글들이..
읽기에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저 알콜버너..
제 어릴적 물놀이 가면
아빠가 저리 생긴 버너에다가
밥도 해주시고 찌개도 끓여주셨던...
추억이 생각나네요..ㅎㅎ

좋아요 2
best 사월 작성일

대학 1학년때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만남을 산에서 가졌었는데,
한 선배가 저 버너에 물 끓이는다고 불 붙이다가
눈썹이 홀라당
앞 머리도 꼬슬꼬슬.
꼬소한 단백질 타는 냄시.ㅋ
너무 놀라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봉투쌀.
아버지 사업실패로 어렵게 살때 그 봉투쌀을 사러 갔더랬지요.
쌀집에서 사갖고 오다가 여고생하고 부딪혀서 길에다 쏟아졌던.
여학생은 '미안' 한마디만 남기고 가버리고.
초등 5학년땐가.
어린 나는 울면서 그 쌀을 봉투에 쓸어담았던 아픈 추억이.
단어 하나에도 옛 기억이 떠오르고.
나이가 들면 자꾸 그런다꼬 하던뎅
진짜 나이가 드는건강~ ㅋㅋ

좋아요 2
best 익명의 눈팅이25 작성일

알콜버너가 아니라 석유버너임
알콜은 처음 가열할때만 사용

좋아요 2
레니봉 작성일

친구 중에 후라이팬 중독자가 있는데
꼭 어디 갈 때마다 그걸 갖고 갔대요
낭만님 버너 보니 그 친구랑 꿍짝이 맞을 것 같아요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꿍짝이 ..ㅋㅋ
그럼....................... 소개팅을 ㅋㅋ
감사헙니다~

좋아요 0
손님1 작성일

ㅋ석유버너 아뉴?

산야로.............?

여튼 구라...으이그~~이러이......................................ㅋㅋㅋ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으이그......
요 밑 25님 글 보구..ㅋㅋ
그랑프리..ㅋ

좋아요 0
손님1 작성일

ㅋ난 남대문시장.K2시절에................미제 사서 산에 댕김..!

전문산악가 시절임돠.어험~~!등산 초짜 흑피님............!ㅋ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어디 산 ??
..

남산 ?  ㅋㅋ

좋아요 0
손님1 작성일

다울라기리.........낭가파르바뜨,취나드 에이.

좋아요 0
익명의 눈팅이25 작성일

알콜버너가 아니라 석유버너임
알콜은 처음 가열할때만 사용

좋아요 2
낭만 작성일

네..맞습니다.
석유버너 ....ㅋ
감사 ~~

좋아요 0
연후 작성일

^^
한장의 사진과 글에
아련함이 읽히네요

수필 같아요...^^

좋아요 0
낭만 작성일

그리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
맛점 하세요~~

좋아요 0
사월 작성일

대학 1학년때 친구들과 선배님들의 만남을 산에서 가졌었는데,
한 선배가 저 버너에 물 끓이는다고 불 붙이다가
눈썹이 홀라당
앞 머리도 꼬슬꼬슬.
꼬소한 단백질 타는 냄시.ㅋ
너무 놀라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봉투쌀.
아버지 사업실패로 어렵게 살때 그 봉투쌀을 사러 갔더랬지요.
쌀집에서 사갖고 오다가 여고생하고 부딪혀서 길에다 쏟아졌던.
여학생은 '미안' 한마디만 남기고 가버리고.
초등 5학년땐가.
어린 나는 울면서 그 쌀을 봉투에 쓸어담았던 아픈 추억이.
단어 하나에도 옛 기억이 떠오르고.
나이가 들면 자꾸 그런다꼬 하던뎅
진짜 나이가 드는건강~ ㅋㅋ

좋아요 2
낭만 작성일

저도 비슷한 사고가 도봉산에서..ㅋㅋ
다행히(?)  저는 아니구...제 친구 놈이..ㅋ
그 녀석 한 동안 모자 쓰고 다녔습니다.

에휴...
어린 소녀가 길에서..
쌀 하나 주워 담는 모습이 그려 집니다.....
다 ~ 어려운 시절에..
공유하는 아련한 추억입니다 ~~

좋아요 0
밍키 작성일

요즘 물만난 물고기맹키로 올리시는 글들이..
읽기에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저 알콜버너..
제 어릴적 물놀이 가면
아빠가 저리 생긴 버너에다가
밥도 해주시고 찌개도 끓여주셨던...
추억이 생각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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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작성일

뭐... 비축 해 놓은 글은 없습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매모를 하기는 하지만..ㅋㅋ

저 버너 때문에 화상을 많이들 입었습니다.
버너에 알코올로 예열을 하는데..
그 알코올 불이 무색이라서 ...펑 ~~~ ㅋ

좋아요 0
밍키 작성일

머리칼 홀라당 탄적 없었길 바라묘.....ㅋㅋ

레스또랑감자를 해먹어볼까어쩔까...
곰곰거리며...
총총...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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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작성일

어 ?
벌써 즘슴 시간..ㅋ
맛점~~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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