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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왈 ' 이런남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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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90회 작성일 19-01-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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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올해 5월에 연세 70세로 돌아가시고 힘없이 계신 시어머니
시댁은 우리 집에서 2시간 반거리 입니다.
(참고로 저희는 결혼한지 1년반 된 나이많은 신혼입니다. 남편 47, 저는 44)
시아버님 산소는 우리집에서 50분 거리, 시댁에서 3시간 반거리 입니다.
그동안 아니 평생동안 시아버지 옆에 살면서 경제적인 부분까지 거의 책임지셨던 어머니는 무릎이 아파도 편찮으신 아버님과 생활을 해야했기에 회사에 다니셨습니다. 그리고 나이 70인 지금까지도 계속 다니십니다. 연세는 아버님과 동갑이십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여전히 아버님 생각을 많이 하시고 산소도 자주 오십니다. 삼우제 이후 저희랑 한번, 이모님이랑 한번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런 어머니를 애틋해하는 우리 남편이 짠해서 남편에게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자고 이야기 해서 남편과 둘이 산소에 가서 사진찍어서 어머니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지난 목요일 아무생각없이 금요일 저녁 어머님 댁에 가서 하루 있고 토요일 밤늦게 우리집으로 모셔와서 그다음날 새벽에 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는건 어때라고 이야기 했더니 주말에도 스케줄있다고 했던 우리 남편 냉큼 어머님한테 얘기해서 제 계획대로 하겠답니다.
금요일 8시 퇴근후 주섬주섬 챙겨서 출발 늦게 도착하는 저희를 반겨주시는 어머님. 그 다음날 어머님 모시고 날덥다고 밖에서 모두 외식했습니다.
아버님 산소에 가지고갈 과일과 포, 술도 사고 하는 동안 어머님 무릎아프단 말씀이 쏙 들어가시던군요. 물론 절뚝쩔뚝 걸으시는건 여전하시죠.
토요일 밤 열두시 우리집에 돌아와서(에어컨이 없어서 최대한 늦게 들어왔습니다.) 그다음날 해가 쨍하기 전에 산소에 가려면 6시쯤 출발해야할것 같아 3시 40분에 일어나 식사준비해서 출발했습니다. 어머니가 끓여주신다고 하실까봐 서둘러 제가 미역국을 끓였죠.
배 든든히 채우고 출발해서 아버님 산소에 인사드리고, 다시 출발하는 시간이 9시. 커피숍도 식당도 문을 연 곳이 없어 근처 시이모님 댁으로 가서 어머니와 이모님 이야기 하시는거 옆에서 거들면서 하루를 보냈네요.
내 생일이란걸 깜박하고 제가 제발등 찍은거죠. 남편은 내 생일인것 알고 있었는데 그저 어머니한테 간다니 좋아서 냉큼 연락한거고요. 괘씸하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남편이 좋아하니 성의껏 하는거죠. 생일 축하한다고 시어머니께서 용돈도 주셨지요. 시아버님이 주시던건데 어머님이 이어서 계속 하시려나 봅니다. 우리 어머님은 저보다는 형님을 이뻐하시거든요. 그래서 뭐 안주셔도 안섭섭할거였는데, 주시니 감사하더라고요.(저보다는 형님, 시아주버님보다는 저희 남편을 이뻐하세요. 물론 챙기는건 형님과 시아주버님을 더 챙기시죠.)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나서 카페에가서 제가 먹고 싶다는 샌드위치 하나시켜주고 본인은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얘길 합니다.
'나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 이렇게 다정다감한 남편 잘 없다.'- 그날 어머님이 둘째 아들이 다정다감하다고 저보고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하지만 사실 어머님한테는 늘 다정다감한거고, 저한테는 본인 기분좋을때만 다정하다가 자기 컨디션이 않좋거나 기분안좋으면 온갖 짜증 다내거든요. 그리고 일주일이면 컨디션 안좋을때가 한 이틀, 기분안좋을때가 3일정도 되거든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래 다정다감한 남편아 계속 다정다감 해라 라고 했습니다.라고 대꾸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찜통 더위에 샤워하고 나오니 남편 설겆이하고 빨래 널고 있네요. 같이 하려고 했더니 땀난다고 움직이지 말고 선풍이 앞에 있으래요. 고맙게 시리. 그런 말을 해도 같이 해주면 더 좋아하는건 함정.
저희 남편 잘하는거 많죠. 겉절이 음식 잘하고, 청소 잘하고, 청소 잘하고, 청소잘하고.... ㅋ
참 안마도 자주 해줍니다. 단 힘이 없어서 길어봐야 한 3분.
못하는것 셀수 없죠. 그래도 감사하며 살아야 겠죠.
제가 바라는건 딱 하나 좀 예민하지 않았으면 신경질적이지 않았으면, 짜증 좀 안냈으면 하는겁니다. 경제적인것 건강에 있어서는 하자 있는 사람이라서..ㅋㅋ
경제적인것? 남편회사가 문을 닫고 지금은 프리랜서 처럼 알바중입니다. 관련 직종이 사양산업이라서 다른일을 찾아야 할것 같은데, 남편은 특별한 기술같은건 없습니다. 물론 회사 다닐때도 제가 연봉이 한 2천정도 많았죠. 지금은 뭐 말할것도 없고. 결혼할때 아무것도 없이 결혼했습니다. 제가 집이며 다 준비하고 결혼식 비용만 반반 했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이고 욕심안부리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것 같아서 결혼했지요. 문제는 모을줄도 모른다는거. 조금씩 조금씩 모으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름의 예금통장이 생기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아마도 모을 돈이 없어서 안모아 봤고, 저랑 살면서 돈을 모으니 즐거워 하는 듯. 제가 엄청 안좋아하는 주식도 하는데, 조금씩 조금씩 회수해서 예금으로 돌리기 작전 하고 있네요. 남편 고집이 완전 쎄서 자기 하고싶은데로만 하는데 남편이 못느끼게 조금씩 조금씩 부탁해서 빼내고 있어요. 빼서 목도 되면 제가 남편 이름으로 예금하고요.
건강? 컨디션 안좋은게 몸이 안좋은겁니다. 남편은 이상하게 컨디션이 안좋으면 몸이 안좋아지면서 폐렴에 걸리거나, 입원을 한다거나 뭐 이렇더라고요. 젊을때 암수술 했던 몸이라 조금만 안좋아지면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됩니다. ㅠㅠ
이런 남편하고 살면서 내 성질대로 하지 못하고 사니 저도 병이 왔네요. 그런데 그때 남편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더군요. 자기도 아파봐서 안다고..
시아버님도 참 오랫동안 아프셨어요. 아프시면서 본인 성질대로 하고 사셨죠.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 그런 시아버지 짜증에도 절대 화내지 않더군요. 아픈사람이 더 힘든거라고.. 참 대단하다 생각들었습니다. 존경스럽더라고요. 그런 어머니 영향인지 제가 아플때 남편이 나에게 지극정성으로 하는것을 보니 이사람 평생 같이 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더 강해지더라고요. 본인이 더 아플때가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ㅋ 신혼이라 그렇다고요?
그럴수도요. 하지만 마흔 넘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보니 좀 더 생각에 여유가 있다고 할까요? 작은것에 더 감사할 줄 알면서 살게 되어서 좋은것 같네요.

사람들 각자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다른것 같습니다. 좋은 부분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 더 크게 느끼는 부분이 다른거고요. 내가 가지고 있는 힘든 부분만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행복한 사람은 이세상에 없을걸요.

남편: 세상에 이런 남편 없다. 나처럼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저: 그건 그래 다정 다감한 우리 남편 최고지. 앞으로 계속 마누라 아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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