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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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1건 조회 1,473회 작성일 19-01-13 12:45본문
저는 결혼 10년차 입니다. 결혼전에는 꾸미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고 술자리도 좋아하는 사람이였는데 결혼 후 그런생활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신랑이 워낙 보수적이라 제가 직장에서 회식이 있을때도 8-9시사이에는 집에 와야했습니다. 더 늦을때면 항상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여자가 그렇게 늦게까지 있을 필요가 있냐며.. 늦어봐야 10시.. 친구들과의 모임도 만남도 일년에 한두번 정도였고 그나마도 일찍 집에 들어오거나 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옷사입는것도 신랑취향에 맞춰야 하고 네일은 꿈도 못꾸고 피부과 다니며 피부관리도 하고 싶고, 운동도 다니고 싶은데 신랑이 싫어해서 제가 좋아하는 모든것을 거의 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것도 배우러 다니는 것도 싫어해서 다 포기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 인생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요.. 이러한 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 보며 나름 열심히 살고 있고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그리고 가까이 지내며 저와 사정이 비슷해 서로 위로하며 서로 힘이 되며 지내는 동서가 있습니다. 동서네와는 친하게 지내며 저의 속사정을 다 알면서 위로가 되어 줘서 제가 더 힘을내서 살 수 있는 이유도 되었구요.. 동서도 매번 모임에도 못나가며 아가씨때는 꾸미는것도 좋아하고 (지금도 잘 꾸미고 예뻐요) 놀기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고 서로 공감하며 위로가 되었는데 우연히 동서의 인스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비슷한 처지에 있어서 내 속 마음까지 얘기하고 믿었었는데 인스타를 보니 얘기했던것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밤에 친구들도 만나러 나가서 늦게까지 놀기도 하고 하고 싶은 운동도 하고.. 낮에는 친한 사람들 만나 브런치도 즐기며.. 하.... 내가 생각했던것과는 다른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듯 했습니다.... 만날때마다 다른 명품백을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 사실 그것도 참.. 부러웠습니다. 인스타에 올려놓은 것들이 모두 그 사람의 삶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저에게 했던 말들,, 저와 비슷한 처지의 고민들.. 그 말을 모두 믿고 나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던 말들이 모두 바보처럼 느껴지고.. 제 인생 자체가 너무 한심스럽고 바보같고.. 왜 나만 이러고 살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동서와 가까이 지내면서 참 친하다고 생각했고 동서도 외지에 시집와서 형님과 젤 친하게 지내고 싶고 또 형님 좋다고 이런 하소연 할때는 나밖에 없다며 서로 의지하고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바보같은 저만의 생각이였나 봅니다. 얼마전 전 결혼하고 처음으로 밤에 호프집을 갔습니다. 그것도 신랑이 동서니까 허락한다며 동서와 둘이 호프집을 갔는데 저는 10년만에 간거죠... 정말 눈물나도록 좋았습니다. 동서도 밤에 안 나와봐서 밤에 나오니 너무 좋다고 했는데.. 제가 그때 제 기분에 너무 취해서 동서가 얼마만에 나온건지 못 물어 봤네요.. 동서는 자주 나왔을텐데.. 동서도 당연히 오랜만이거나 처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바보같은 생각이였네요.. 제가 동서가 나와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어서 질투가 나서 이런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동서가 나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게 더 반가워요 단지 제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한심스러워서요... 왜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서처럼.. 즐기면서 살지 못할까요.. 그동안 신랑이 싫어하는것은 안하고 살았습니다. 그냥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싸우기 싫어서.. 나 하나만 참고 희생하고 살면 다 좋아지니까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저를 길들였습니다. 그런데 남은건 허탈감 뿐이네요.. 앞으로도 저는 계속 이렇게 살겠죠.. 내가 하고 싶은거 포기하며.. 이런 생활이 바뀌지 않을것을 알기에 더 우울한 하루입니다. 울고 싶고, 어디 하소연 하고 싶어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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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자체가 그래요. 파출부와 가정부의 경계에서 싹트는 희생적 우정과 사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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